Post

AI Slop, Work Slop

AI가 만들어내는 저품질 생성물 'AI Slop'이 정보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AI에 의존하는 개발 워크플로가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축소시키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합니다.

AI Slop, Work Slop

AI Slop: 정보의 품질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AI Slop. AI의 저품질 생성물을 이르는 말이다.

정보의 양이 넘쳐나고, 이를 2차, 3차 재가공한 AI의 생성물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정보의 질이 좋아지고 있냐? 아니다. 오히려 저품질의 정보가 많아지면서 정보의 품질이 점차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인터넷 어딘가에 AI가 생성한 글이 넘쳐나고, 그 글을 다시 AI가 학습하는 피드백 루프가 돌고 있다. 정보의 바다가 AI Slop으로 희석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Work Slop: 일하는 방식도 슬롭화되고 있다

AI Slop은 콘텐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도 슬롭화되고 있다.

코드리뷰를 하다 보면 이따금씩 현타를 느끼곤 한다.

AI에게 물어보면서 아키텍처나 비즈니스 로직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AI가 작업 계획을 세우고, AI가 작성한 코드를 기다리다가 엔터나 틱틱 치면, 이 코드를 다시 AI가 검토한다.

이 흐름에서 인간인 나는 무엇을 하는가.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AI를 활용하는 것인지 AI를 맹신하는 것인지도 의심된다. 도구가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사람이 도구의 출력물을 검수하는 역할로 전락한 것 같다. AI가 코드리뷰를 맡으면 결국 당장에 중요하지 않더라도 모든 장애를 다 찾아내고, 주석 하나 누락된 걸 critical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AI에의 의존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 터라,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게 Work Slop이다. AI가 만들어낸 저품질 산출물뿐만 아니라, AI에게 의존하면서 인간의 판단과 이해가 빠져버린 저품질 워크플로 자체.

판단을 위임하면 판단력을 잃는다

AI는 원래 인지적 여유를 확보해서 더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하라고 쓰는 도구다. 반복 작업을 줄이고,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기 위한 것.

그런데 현실에서는 반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판단 자체를 위임해버린다. “AI가 이렇게 하라고 했으니까”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다. 그렇게 쌓이다 보면 내가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흐릿해진다.

AI 없이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AI 사용료가 비싸지거나 접근성이 제한되는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Claude는 Pro 가입자에게 Claude Code 기능을 선별적으로 제공하지 않기 시작했고, Max 요금제는 pay as you go로 일원화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만약 그 날이 오면, AI 없이도 판단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AI를 쓰더라도, 도구에게 생각을 맡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AI의 출력물을 이해하고, 틀린 부분을 잡아내고,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 것. 그게 AI를 활용하는 것과 AI에 의존하는 것의 차이다.

계속해서 AI에 의존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판단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레퍼런스

동료가 보낸 AI로 만든 것 같은 결과물, 왜 자꾸 긁힐까? : 워크슬롭(Work Slop)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